정부가 28일 온라인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으로 상품 유통을 중개하는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규제와 피해업체 구제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 방지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이 제정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은 물론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 배달의 민족 등 주요 배달 앱이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체의 불공정을 방지하는 법으로는 기존의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전자상거래법이 있지만, 온라인상에서 상품과 서비스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새로운 형태의 플랫폼 기업을 실효성 있게 규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는 점에서 관련법 제정의 필요성은 인정된다.
4차 산업혁명의 진전과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급속히 팽창하는 비대면 플랫폼 거래의 규율을 확립하기 위해서도 법적 기반의 구축은 불가피하다.
일부 거대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이익을 추구하면서 협력업체와의 상생이나 소비자 피해 구제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이 관련 업계의 자정력과 사회·경제적 책임 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법안의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촘촘하다.
입점 업체가 구매할 의사가 없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도록 강요하거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부당하게 전가하는 행위, 부당하게 입점 업체에 불이익이 가도록 거래조건을 바꾸는 행위를 금지했다.
예컨대 입점 업체가 다른 온라인 플랫폼에도 입점하는 것을 제한하는지 여부,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얼마나 분담하는지에 대한 기준, 온라인상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어떤 순서로 노출되는지 등을 사업자가 세세하게 밝히게 했다.
불공정행위로 공정위가 시정명령을 했는데도 플랫폼 기업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 위반 금액의 2배(최대 10억원)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물도록 했다.
대상 기업은 매출 100억원, 중개 거래 규모 1천억원 이상 기업으로 했다.
무거운 제재가 신산업의 혁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를 감안해 대상 기업의 범위와 처벌 수위를 절제했다고 할 수 있겠다.
상대적 약자인 소상공인의 피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동의의결제를 법안에 담은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는 법을 어긴 사업자가 제시한 자진 시정방안을 공정위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법적 제재가 확정되고 피해 구제가 이뤄지기까지 소송 등으로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상황을 반영한 적기조치라는 점에서 바람직해 보인다.
플랫폼 산업은 거세게 몰아치는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는 미래 먹거리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국내에서는 막 걸음마를 뗀 신생 산업으로 네이버나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자생적 플랫폼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강화하고 있으나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플레이어들에 비하면 어린아이 수준에 불과하다.
내수 시장이 좁은 우리로서는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을 키울 필요가 있고, 이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더욱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산업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고 투자가 지속해서 이뤄져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역사가 짧고 언제 어디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돌출할지 몰라 경쟁 구도가 쉽게 바뀔 수 있는 민감한 산업이다.
따라서 성급한 규제는 자칫 새로운 산업의 싹을 자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법적 리스크에 좌절한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의 운명이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제적인 흐름도 눈여겨봐야 한다.
토종 플랫폼 기업이 역차별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은 구글 등 해외 플랫폼 사업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했지만, 법 집행을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강제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나 해외 사례 등이 충실하게 검토돼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