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T 시대, 작은 것들이 이룬 '배터리 올마이티' < 종합 < 에너지/화학/정유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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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 시대, 작은 것들이 이룬 '배터리 올마이티' < 종합 < 에너지/화학/정유 < 기사본문 - 이코노믹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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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T(Battery of Things)를 표현한 그림. 출처=삼성SDI
BoT(Battery of Things)를 표현한 그림. 출처=삼성SDI

[이코노믹리뷰=박민규 기자] 최근 BoT(Battery of Things) 시대가 도래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BoT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 인터넷)처럼 '배터리는 어디에나 있다'를 뜻하는 개념으로, 현대인이 배터리를 통해 전선의 구속에서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된 것을 의미한다.

BoT는 IoT의 필수 조건으로도 볼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에 앞서, 언제부터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쓸 수 있게 됐는지부터 생각해 보라. 에너지 이용의 자유가 진일보하지 않았다면 유비쿼터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최근 전기 자동차용 배터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BoT를 이룩한 데에는 작은 것들, 즉 소형 배터리의 공이 크다.

스마트폰·태블릿·노트북 등 IT 기기들과 드릴 따위 전동 공구 등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소형 배터리 산업은 이제 각종 스마트 기기는 물론 전기 자전거·오토바이 같은 라이트 E-모빌리티부터 드론, 로봇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산업을 업고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시현할 전망이다.

윤태일 삼성SDI 상무는 지난달 열린 '인터배터리 2020'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소형 배터리 시장이 연 평균 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에는 삼성SDI(006400)와 LG화학(051910)이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아직 소형 배터리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평범하게 생김새와 그렇지 않은 존재감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출처=삼성SDI
삼성SDI의 원통형 배터리. 출처=삼성SDI

업계는 소형 배터리들 중에서도 특히 원통형 배터리를 주목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이다. 시장 조사 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TSR)에 따르면, 전체 소형 배터리에서 원통형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63% 가량이며, 꾸준히 확대돼 오는 2025년에는 76%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원통형 배터리의 경우 2000년대 노트북을 중심으로 탑재되며 호황을 맞았으나, 노트북 슬림화 트렌드로 잠시 하향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전동 공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원통형 배터리 업황도 빠르게 개선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원통형 배터리가 재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규격 표준화로 대량 생산이 용이한 데다 에너지 고용량·고출력과 높은 안전성, 가격 경쟁력 등의 장점들을 갖췄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18650' 배터리에 비해 50% 늘어난 용량의 '21700' 배터리를 주력 원통형 배터리로 내세우는 모습이다. 물론 18650 배터리도 현재 널리 적용되고는 있으나, 배터리 고용량화 요구에 따라 21700 배터리의 비중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출처=삼성SDI
출처=삼성SDI

삼성SDI에게는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전기차만큼 중요하다

삼성SDI는 지난 10월 개최된 국내 최대 이차 전지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0'에서 인상적인 부스 배치를 보여 줬다. 당시 삼성SDI는 부스 전면에 대림의 전동 스쿠터 '재피'·'아르테' 실물과 전기 오토바이 충전 스테이션 시제품 등을 내세웠는데, 바로 옆에 전시한 재규어랜드로버(JLR) '레인지로버 보그'와 대등한 존재감이 느껴지도록 의도한 듯했다.

앞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용 배터리 사업을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만큼이나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대림의 전동 스쿠터들을 전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대림의 전동 스쿠터들을 전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전기 오토바이용 충전 스테이션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전기 오토바이용 충전 스테이션 프로토타입을 전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삼성SDI는 최근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기후 위기와 도시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문제들에 대한 대안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 것이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대중 교통 이용이 꺼려지는 상황에 힘입어 전기 자전거의 인기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또 전기 자전거는 교통 체증과 연료비 증가 등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미 유럽과 미주 등을 중심으로 각국에서 전기 자전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는 모양새다. 원래 자전거가 보편적인 이동 수단인 중국도 최근 언택트 트렌드에 따른 택배 및 음식 배달 서비스 등의 증가로 운송용 전기 자전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삼성SDI 관계자는 "세계 전기 자전거 시장은 오는 2027년까지 연 평균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와 함께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시장 조사 업체 B3는 지난 2018년 4억8300만셀 규모였던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시장이 올해 7억400만셀, 2024년 10억4700만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2010년 전기 자전거용 배터리 시장에 진입한 이후 원통형 배터리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양극재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실리콘 카본 나노 복합 소재(SCN) 음극으로 장수명·고용량 배터리를 구현해 경쟁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또 삼성SDI는 차세대 전기 자전거용 21700 배터리도 개발하고 있다.

한편 삼성SDI는 무선 이어폰과 스마트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할 소형 배터리를 개선, 개발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삼성SDI는 기존 소형 파우치 배터리보다 작은 버튼 셀과 미니 셀을 개발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 라이브와 갤럭시 워치 등에 공급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는) 늘어나는 배터리 사용량에 대응하고자 IT 기기에 탑재되는 파우치형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 기기 사용 시간을 늘렸다"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무선 이어폰용 버튼 셀과 미니 셀을 전시했다. 출처=삼성SDI
삼성SDI는 '인터배터리 2020'에서 무선 이어폰용 버튼 셀과 미니 셀을 전시했다. 출처=삼성SDI

5세대 이동 통신(5G)이 등장하는 등 통신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 기기용 어플리케이션들의 성능이 고도화되면서, 배터리 사용량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당장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재생하고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기만 해도 배터리가 빠르게 닳는다. 뿐만 아니라 전동 공구의 고출력 성능, 마이크로 모빌리티 주행 거리 연장 등을 위해서도 고용량 배터리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배터리 용량 증대는 물론, 급속 충전 기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SDI는 소형 배터리 급속 충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리튬 이온이 양극과 음극 사이를 이동하는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배터리 재료 및 구조 등을 변경, 15분 만에 70% 충전이 가능한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소형 배터리 완전 충전에는 3시간이 소요됐다.

테슬라는 먼저 알아봤지, LG화학의 21700 배터리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패왕'으로 불리는 LG화학도 소형 배터리 사업에 힘쓰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현대자동차(005380)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합작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LG화학은 동남아시아를 소형 배터리 사업의 무대로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특히 베트남은 전도유망한 소형 배터리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경우 주요 이동 수단이 오토바이로, 현지 오토바이 수는 지난 2018년 등록된 것만 4550만대 가량이며 미등록 오토바이까지 합치면 5000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 바 있다. 이는 베트남 전체 교통 수단의 9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에서 대기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서 오토바이가 미세 먼지의 주범으로 지목, 최근 친환경 이동 수단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같은 추세에 주목한 LG화학은 베트남 최초의 완성차 업체인 빈패스트에 전기차용 배터리 뿐 아니라 전동 스쿠터 등에 탑재되는 소형 배터리도 공급하고 있다. LG화학과 빈패스트는 베트남 하이퐁에 1만2000㎡ 규모의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는데, 해당 공장은 빈패스트의 전동 스쿠터에 적용되는 배터리 팩을 생산한다.

LG화학은 빈패스트 외에도 빈스마트에 스마트폰용 배터리를 납품하는 등, 빈그룹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소형 배터리 사업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빈그룹은 베트남 시가 총액 1위 기업으로, '베트남의 삼성'으로 불리는 현지 최대 민간 기업이다.

LG화학이 '인터배터리 2020'에서 전시한 전동 스쿠터.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LG화학이 '인터배터리 2020'에서 전시한 전동 스쿠터. 사진=이코노믹리뷰 박민규 기자

그런가 하면 LG화학은 로봇 산업으로도 배터리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LG화학이 미국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 로봇에 원통형 21700 배터리를 2023년부터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계약의 규모는 수백억 원으로, 그리 큰 편은 아니다. 그러나 서비스 로봇 시장이 연 평균 29%씩 급성장 중인 추세를 감안하면, 이는 LG화학에 있어 잠재적 고객사들을 영입할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LG화학은 글로벌 서비스 로봇 1위 업체인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 로봇 '키바'. 출처=갈무리
아마존의 물류 자동화 로봇 '키바'. 출처=갈무리

이 밖에도 LG화학의 소형 배터리는 무선 청소기와 유아용 전동차, 예초기, 전동 킥보드 등에 쓰인다.

유아용 자동차 경우 과거에는 직접 발로 페달을 밟아 운전하는 식이었으나, 현재에는 전력으로 움직이는 제품이 많다. 유아용 전동차의 동력 역시 이차 전지로, 주로 납축 전지가 사용되나 고가 제품에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적용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면 기기의 무게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데다, 에너지 효율도 높아 짧은 충전 시간으로도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원 주택에 대한 관심이 부상, 마당 잔디를 깎는 기계를 찾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무선 예초기를 선호하는 추세에 따라, 해당 기기에 장착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한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출처=LG화학
출처=LG화학

TSR은 2020년 8월 기준 세계 소형 배터리 수요 전망을 발표, 소형 배터리 수요가 올해 약 94억개를 기록한 뒤 내년에는 107억개, 2023년 127억개, 2025년 151억개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소형 배터리 수요가 2025년 160억~170억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 2020년 소형 배터리 수요를 50억여셀로 예상한 것을 고려하면, 소형 배터리 수요가 5년 만에 3배 넘게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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