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가 입은 그 옷 유럽 접수···K패션은 코로나도 못말렸다 - 중앙일보 - 중앙일보 - Hallo sahab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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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에서 시작한 앤더슨벨은 유럽 명품 의류 시장에서 92% 판매율을 기록했다. 앤더슨벨과 로맨틱크라운, 골스튜디오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 매출 최상위권에 드는 브랜드이다. 사진 무신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로 패션 업계의 침체가 지속하고 있지만, 탄탄한 팬덤을 가진 국내 패션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 중이다. 스타트업처럼 가볍게 움직이면서 트렌드에 재빠르게 대응해 MA 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앤더슨벨 러너 스니커즈를 신고 공연하는 BTS 정국(밑에서 왼쪽). 사진 앤더슨벨
컨템포러리 캐주얼 브랜드 앤더슨 벨(Andersson Bell)은 국내 패션 브랜드로서는 드물게 유럽 명품 의류·신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해 영국 명품 패션 편집숍 네타포르테에 입점한 뒤로 ‘완판(완전 판매)’에 가까운 92% 판매율을 기록했다. 덕분에 최근 영국 편집숍 파페치에도 진출했다. 캐나다 온라인 쇼핑몰 센스는 앤더슨 벨의 매입량을 지난해보다 5배 넘게 늘렸다.
2014년 서울에서 시작한 앤더슨 벨은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미국 빌보드 시상식에서 착용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 브랜드로서는 최초로 영국 리버티 백화점에 팝업 전시 요청을 받아 아크네 스튜디오·알렉사 청·더로우 등 해외 유명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했다. 현재 15개국 50개 매장에 진출했고, 내년 150개 매장 유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 가을·겨울 시즌 앤더슨벨이 성수동에 설치한 벽화 전시. 사진 무신사
앤더슨 벨은 젊은 MZ 세대를 고객으로 두면서도, 과감하게 고가 전략으로 방향을 튼 전략을 코로나19에도 잘 나가는 이유로 자평한다. 원래 스트리트(길거리) 패션 브랜드로 출발한 앤더슨 벨은 3년 전부터 제품 고급화에 나서면서, 가격도 동시에 20~30%가량 올렸다. 영상 콘텐트 제작에만 수천만원을 투자했다. 1만~2만원 가격 인상에도 젊은 고객이 이탈할 수 있기 때문에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천편일률적인 캐주얼 브랜드에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가 하나둘 마니아층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최정희 앤더슨벨 대표는 “장벽이 없는 온라인 패션 시장에서 이제는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해야 한다”며 “예술과 상업을 오가는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맨틱크라운은 지난달 막대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와 협업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사진 무신사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 로맨틱크라운(ROMANTIC CROWN)은 '아이돌 사복 패션'으로 인기를 얻어 3년 전 중국에 진출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 축제 광군제에서 하루 매출 8억원을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오는 11일 열리는 광군제에서도 큰 인기가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일본에서 단독 팝업 스토어를 연데 이어 일본 최대 온라인 패션 쇼핑몰 조조타운에 입점 예정이다. 지난해 30% 수준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조만간 50%를 넘어설 전망이다.
로맨틱크라운 제품은 로고나 브랜드명보다 시즌별 디자인과 색상에 힘을 줬다. 정형화된 스타일도 없다. 매 시즌 새로운 주제로 제품을 만든다. 예컨대, 올 가을·겨울 시즌 주제는 ‘선데이 신드롬’으로 휴일이 끝나는 아쉬움을 메시지로 담았다. 아울러, 디자인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다양한 콜래보레이션도 시도한다. 지난달 막대사탕 브랜드 츄파춥스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민성 로맨틱크라운 대표는 “최근 아시아 외에도 미국·유럽 등에서도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다만, 매출 확대를 위한 무분별한 해외 진출이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며 한 단계씩 접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골스튜디오, 세계 최대 축구 매체 상표권 얻고 중국·일본 법인 설립
골스튜디오는 세계 최대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의 상표권을 획득하고 글로벌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사진 무신사
글로벌 ‘축덕(축구 팬)’ 들을 활용해 해외 진출에 나서는 브랜드도 있다. 스포츠 분야 스타트업 중 역대 최대 투자액(약 220억원)을 유치한 왁티가 지난해 런칭한 축구 패션브랜드 골스튜디오(GOAL STUDIO)다. 왁티는 기업에 스포츠 마케팅을 컨설팅해주는 스타트업이다.
골스튜디오는 세계 최대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으로부터 의류·신발 등 제품 상품화에 대한 글로벌 독점권을 획득하고, 일본과 중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아울러, 내년까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유통 파트너와 총판 또는 라이센스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송욱환 전 나이키코리아 대표와 마커스 타유이 전 퓨마재팬 이사를 영입해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골스튜디오의 목표는 글로벌 스포츠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강정훈 왁티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로 일본과 중국 시장에 더욱 집중하게 됐다”며 "나이키·아디다스 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골스튜디오는 송욱환 전 나이키코리아 대표와 마커스 타유이 전 퓨마재팬 이사를 영입해 글로벌 브랜드 육성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사진 무신사
다만, K-패션 브랜드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유명 아이돌 등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아이돌의 인기에 힘입어 국내 패션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해외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도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고, 품질 관리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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